예전에는 불안을 없애려고만 했다. 하지만 없애고 없애도 늘 새로운 불안이 생겨났다. 불안은 바퀴벌레 같아서 영원히 박멸할 수 없다. 이 사실을 깨닫고 난 뒤, 나는 선택했다. 불안과 공존하기로. 불안이 눈에 보이면 없애고 그렇지 않으면 함께하고.
처음에는 불편했다. 보이지 않는 불안이 자꾸 신경 쓰였다. 그러나 조금씩 무뎌졌다. 불안의 존재를 인정하고 공생하기를 선택하자 편해졌다. 흙탕물에 옷이 더럽혀지고 오히려 더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었던 것처럼 불안과 함께살기로 마음먹자 거침이 없어졌다.